이 곳은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성인봉을 오르기 위한 가장 찾기 쉬운 첫 관문이 되는 곳이다.
등산을 하는 관광객 외에는 평소 출입하는 이가 거의 없는 곳...
길가에서 차 한대 지나 다닐 수 있는 그 좁은 길로 2~3분 걸어 들어가야 나오는 대원사라는 곳에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소리소문없이 차려진 통에 분향소가 있는 것을 늦게 알게되어 영결식이 이루어지기 바로 전날에야 찾았다.
절의 어디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리번 거리던 찰라,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있는 두 여자분들을 보고 따라갔다.
초라한 안내문...
또 한번 울컥한다...
이 곳은 경상북도 울릉군, 육지 사람들은 완전 깡촌으로 알고 있지만 연간 몇백억의 예산을 끌어다쓰는 그런 섬이다.
나중에 분향소에 계시는 분께 들었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들어서기 전(현 대통령의 형님이 지역구로 삼고 국회의원을 하시던 시절)에는 예산을 타기가 힘들어 농가에 이르는 길에 포장도 제대로 못해줬었단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정이 좀 넉넉해 졌고, 고인이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예산이 더 넉넉하게 지원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뭐 다 좋다. 다 떠나서, 전직 대통령이셨는데...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이 촌 구석에서 성대하게는 바라지도 않지만 구색이나 좀 갖췄으면 좋지 않겠냔 말이다...
서글프다.
대원사 대웅전 한 귀퉁이에 모셔진 위패...
참 초라하기 그지없다.
추모객 역시 거의 없다.
앞서 다녀간 여자분들은 금방 일어서고 그 후 사진에서 참배하고 있는 분이 오시기까지 한참을 좌측에계신 분과 대화를 나눴다.
좌측에 계신 분은 생업을 접고 이 곳에 상주하고 계신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길어진 대화를 접고 내려오는 길...
왠지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플랜카드와 나뭇가지들...
또 다시 마음이 쓰려온다.
바람...
그분은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가셨다.
5공 청문회에서 전직 대통령을 향해 고함치던 초선의원의 치기어린 모습이 그러했고, 경상도 출신의 그가 전라도 광주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바람을 몰고 온 그 모습이 그러했다.
대통령 당선까지가 그러했고 재임기간에는 바람잘날 없이 지내시다가 바람처럼 홀연히 가시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위트넘치는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웃는 모습을 대할 수 없다.
황망한 고인의 죽음 앞에 그저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것 뿐이라는게 안타깝기만하다.
정치 하신 것을 후회하신다고 하지만 다음생에서도 꼭, 다시 서민들을 위한 더 멋진 지도자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